예전엔 아메리카노 한 잔쯤은 그냥 습관처럼 마셨다. 회의 들어가기 전, 아침 출근길, 점심 먹고 나서도 **“아, 커피나 한 잔 하지.”** 돈 생각 안 하고 들렀던 그 카페. 이젠 멀어졌다.
퇴직하고 나니 커피 가격이 먼저 보인다. 4,500원? 와, 이 돈이면 달걀 두 판이네. 그렇게 커피는 '사치'가 되었다.
‘무료 커피 있음’이라는 말의 무게
며칠 전, 동네 복지센터에 들렀다. 입구 옆에 ‘무료 커피 드세요 :)’라는 문구가 보였다.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거… 공짜 맞지?”
정수기 옆에 놓인 종이컵 자판기와 커피믹스 두 종류. 따뜻한 물을 따라 컵에 붓고 한 모금 마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였다.** 단맛도 진했고, 뭔가 마음이 따뜻해졌다.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
누구는 스타벅스고, 누구는 드립커피지만 나는 이 공짜 믹스커피 한 잔이면 된다. 지금의 내 경제력과 감성에 딱 맞는 음료.
앉을 자리만 있으면 더 좋고, 옆에 신문이나 무료 와이파이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그렇게 복지센터 라운지는 내 ‘오피스’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를지도 모른다
이 공짜 커피 한 잔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걸. 커피 한 모금에 하루의 의미를 담아보는 게 참 우습기도 하고, 그만큼 절실하기도 하다.
예전엔 이런 시간을 '한가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게 '여유'라는 걸 안다. 그리고 여유는 **돈보다도 마음에서 오는 거구나** 싶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가끔 진심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는 말한다. “공짜 커피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 한 잔이 **나를 위로해주고**, **내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는 걸.**
살면서 많은 걸 가졌고, 또 잃었다. 명함도, 직책도, 월급도. 하지만 오늘, 이 공짜 커피 한 잔은 잃지 않은 나만의 작은 자존심 같았다.
마무리하며
오늘도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 “무료 커피는 셀프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보고 혼자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당당히 한 잔 따라 앉았다.
가진 건 별로 없지만, 이 커피 한 잔은 내 하루를 버티게 한다.
이 작은 따뜻함이 오늘의 기분을 바꾸고, 내일도 살아볼 용기를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커피 한 잔의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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