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냐?” 오늘도 자식에게 카톡을 보냈다. 5분 뒤, 파란 체크 표시가 떴다. 읽었다. 그리고… 아무 반응 없다.
출근하던 시간에 이젠 방바닥에 앉아 카톡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 실직 3개월 차. 아직은 적응 중이라 해야 할까, 적응이 안 된다고 해야 할까.
이젠 일도 없고, 말도 없다
한때는 회의에, 전화에, 메일에 바빴는데 지금은 **하루 카톡 두 줄이 소통의 전부**다. 자식에게 “밥은 먹었니?” 보내놓고, 하루 종일 답장 기다린다.
읽긴 읽었는데 답은 없다. 과거 내가 바쁘다며 부모님 전화를 흘려넘기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 부모님 마음이 이랬구나. 지금 나는 **그 허무함을 살아내는 중**이다.
실직 중 가장 서운한 순간
“아빠, 요즘 뭐 해?” 라고 묻는 자식이 없다. 오히려 내가 보내는 메시지는 대체로 단답형으로 돌아온다. “응.” “ㅇㅇ.” “좀 이따 봐.”
그리고 그 ‘좀 이따’는 **다음날이 되고, 다음주가 되고, 결국 답장이 없는 카톡으로 남는다.**
실직과 단절, 그 낯선 이중고
회사에서 나오자 인간관계도 반이 끊긴 느낌이다. 그리고 자식과의 카톡에서도 단절을 느끼게 되니 **사람 구실이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다.
대화는 줄고, TV 소리만 커진다. “어디 아픈 건 아닐까” 하고 먼저 걱정했던 나지만 알고 보면 자식은 그냥 바쁜 거고, 나는 그냥 **한가한 사람**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또 보낸다. “필요한 건 없냐?” “다음 주에 얼굴 좀 보자.” 답장이 오든 안 오든, 부모는 계속 보낸다.
읽씹은 이제 익숙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읽기만 해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 존재는 도착했고, 아이는 봤다.
마무리하며
실직도 견딜 수 있다. 허무한 일상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무심함은 조금 서운하다. 그럼에도 웃는다. 그게 부모니까.
언젠가 자식도 누군가에게 읽씹당하며 이 기분을 알게 되겠지. 나는 오늘도, “잘 지내냐” 한 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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