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시급은 **10,030원**, 하루 8시간. 이틀 풀로 일하면 주급은 약 160,000원. 한 달이면 64만 원 정도. 이 돈으로 **생활도 하고, 저축도 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한번 해봤다. 무모한 도전, ‘최저시급 저축 프로젝트’다.
1. 목표 설정부터 웃겼다
처음엔 단단히 마음먹었다. “한 달에 10만 원은 꼭 저축하자.” 근데 계산해보니, 월세 30만 원, 식비 25만 원, 교통비 5만 원이면 이미 끝이다.
유튜브에서 본 “무지출 챌린지”를 따라 **커피 안 사기, 배달 금지, 외식 금지, 충동구매 금지** 선언. 지갑 대신 텀블러와 도시락통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웃픈 순간들
- 카페 앞을 지나칠 때마다 정신 수양
- 마트에서 장바구니보다 휴지 가격을 더 오래 고민
- 핸드폰 데이터 초과될까봐 와이파이만 찾아다님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든가 싶지만, 그 와중에 느낀 게 있다. 이 모든 게 ‘절약’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것.
2. 저축 통장 만들던 날
드디어 3만 원이 남았다. **내 통장에서 절대 안 쓰는 통장**을 따로 개설했다. 이름도 붙였다. ‘살아남기통장’. 직원이 이름 보며 피식 웃었다. 나도 같이 웃었다. ‘진심인데요, 이거.’
저축이라기보단 **‘남은 돈 숨기기’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 3만 원이 은근히 뿌듯하다. 내가 쓴 게 아니고, 남겨놓은 돈이란 사실이 기특했다.
3. 사람은 익숙해진다
처음엔 커피 한 잔 못 사먹는 게 참 서러웠다. 친구 만나도, “나 그냥 물 마실게” 하는 내 모습이 어색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적응된다. 웃기게도, **배달 앱도 지우고 나니 덜 유혹당한다.** 없는 대로, 안 쓰는 대로 살아지더라.
그리고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살아도 살긴 사는구나.” 물론 재미는 줄었지만, 대신 **잔고는 조금씩 늘어간다.**
4. 결국 남는 건 뭐냐고 묻는다면
한 달에 10만 원 저축엔 실패했다. 하지만 대신 얻은 게 있다. - 아무 데서나 커피 안 사 먹는 습관 - 하루 한 끼로도 버틸 수 있는 위장 - **‘없는 대로 만족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쓸 돈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이상한 자존감이 생겼다.
마무리하며
최저시급으로 저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꼭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하루 1,000원 안 쓰는 날을 만들고, 쓸 돈보다 남는 돈을 먼저 챙기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내 통장에도 숫자가 남는다.
그 숫자가 크지 않아도 **내가 만든 ‘흔적’이라는 게 중요하다.** 오늘도 알바비 일부를 '살아남기통장'에 넣으며 스스로 칭찬한다. “그래, 이게 나름 성공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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