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도 마음만 풍요하면 괜찮지.” 한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자급자족하는 사람들 보면서 ‘저렇게만 살면 되겠다’며 감탄도 했고, 물건 줄이기 챌린지를 보며 ‘미니멀 라이프 좋다’고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실직 6개월 차, 정말로 ‘가난한 삶’을 시작했다.
처음엔 낭만 같았다
아침에 늦잠도 자고, 점심은 냉장고에 남은 걸로 간단히. 배달 끊고, OTT 끊고, 커피도 집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3주가 지나자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 마트에 가면 가격표부터 본다
- 치약 다 써도 ‘며칠 더 짜면 되겠지’ 한다
- 배고파도 식빵 하나로 끼니를 때운다
- 외출은 커피 값 나갈까봐 삼간다
이쯤 되면 ‘미니멀’이 아니라 **생존모드**다.
문제는 자존심이었다
돈이 없는 것보다 서러운 건, **돈 없다고 말 못하는 자존심**이었다.
친구가 “밥이나 먹자”고 할 때, “이번 주 좀 바쁘다”는 말로 둘러댔지만, 사실은 지갑 사정이 문제였다.
자식이 “아빠, 이것 좀 사줄 수 있어?” 했을 때 무심한 듯 “다음에 보자”라고 말했지만, 속으론 쿵 내려앉았다.
이게 진짜 괜찮은 걸까?
‘괜찮다’고 생각하려 애썼다. 단순하게 살자고, 욕심을 버리자고. 그런데 매일 비슷한 반찬, 같은 옷, 멈춘 계좌를 보다 보면 “나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난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불편함은 괜찮아도, 반복되는 자책감은 견디기 어렵다.**
그래도 하루는 간다
편의점 커피 쿠폰을 써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들 지나가는 걸 구경하다 보면 아주 잠깐,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생각한다. “내가 불행한 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은 좀 불편할 뿐이고, 지금은 조금 작아졌을 뿐이다.
마무리하며
가난은 생각보다 무겁다. 몸보다 마음에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그 마음이 익숙해지면 웃음도, 대화도, 계획도 줄어든다.
그래도 괜찮다고 믿기로 했다. 언젠가 다시 웃을 날이 올 거라고. 그때 이 날을 기억하며 말할 것이다. “그땐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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